Ep.4 미슐랭 가이드에서 선정한 별 2개 해변 후루자마미 해변을 찾아서!



섬을 돌고 돌아 찾게 된 오키나와 리조트. 저렴한 숙소를 찾고있다는 내 말에 주인 아저씨는 1박에 1,500 엔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을 제시해 온다.

단, 먼저 보고 선택하란다.


아저씨를 따라가니 도심에서 벗어난 농가에 덩그러니 놓여진 컨테이너 박스 3개가 보인다. "여기"라는 아저씨의 말에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 했지만, 설마가 오늘 사람을 잡는다. 외관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아저씨가 꺼내든 열쇠로 컨테이너 박스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니, 이게 왠걸...

10평 남짓한 공간 안에 아늑한 침대와 냉장고, 식탁 그리고 티비와 삼성 에어컨 까지 구비되어 있다. 그리고 컨테이너 한 면에는 발코니 도어까지 설치되어 있어 내부에서 밖을 바라보면 어느 한적한 시골에 있는 리조트 방에 누워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단,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법. 화장실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 샤워는 지하수를 사용한 수도를 사용해야 했고 (수도 주위로 아저씨가 손수 만든 나무로 된 구조물에 커튼이 달려있어 알몸을 노출 할 일은 없었다), 변기는 자연을 바라보며 근심을 덜어낼 수 있는 친환경적인 구조였다. 무엇보다 뱀을 조심하란다...

독사가 있으니 저녁에 신발을 꼭 컨테이너 안에 넣어두고 잠에 들어야 한다고 겁을주는 주인 아저씨. 장난이겠지 하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실제로 자마미섬엔 "하부" 라는 이름을 가진 독사가 서식하고 있단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신 500엔을 더 깎아 일주일 대여비를 만엔으로 합의하였다. 안드레아스 녀석도 컨테이너 숙소가 화장실 앞 침대보다는 백배는 낫단다. 게다가 1인 1컨테이너라 프라이버시도 있어 이게 웬 떡이냐며 좋아라 한다.

숙소가 해결 되었으니 끼니를 해결하러 또다시 한번 섬을 둘러본다. 태풍이 지나가고 찾아 온 더위라 그런지 너무나 덥다. 5분만 걸어도 팬티까지 다 젖어버리는 그런 무더위. 섬이라 그늘도 없어 더위에 무방비로 당하게 되었다.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없어 마트에 들려 음식점의 위치를 물어보기로 한다. 현재 영업하는 곳이 한군데 밖에 없다며 마루미야(まるみや)라는 곳을 소개해 준다.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는지 가게에 들어서니 주방에서 나와 밝은 미소로 맞이해준다. 섬에 방문객은 안드레아스와 나 둘 밖에 없는건지 유일한 식당이고 점심시간 인데도 다른 손님이 한명도 없다. 식당 제일 중앙에 자리잡고 앉아 벽에 걸린 메뉴를 탐색해 본다.

워낙에 일어를 못 배운 탓에 알아 볼 메뉴라곤 오늘의 런치 메뉴인 혼지츠노 런치밖에 없다. 가격도 680엔 밖에 하지않아 별다른 고민없이 혼지츠노 런치 두개를 시켜버린다. 땀을 워낙 뻘뻘 흘리고 가게에 들어섰더니 아주머니가 무료로 아이스 밀크티를 내주셨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수제 밀크티. 넘나 신세계이고 맛있어서 얼굴에 철판깔고 리필을 물어볼뻔...  



잠시 후. 화려하지도, 푸짐하지도 않지만 정갈한 돈까스 정식을 내오시는 아주머니. 솔직히 말하자면 사시미가 듬뿍 들어있는 벤또를 기대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조금 독특한건, 돈까스를 간장에 찍어먹는다는 점. 그리고 사이드로 나온 오이국?이 한국의 오이 냉국과 많이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한끼 해결했다는 성취감을 안고 식당을 나선다. 배가 부르니 전에 놓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한 새들 그리고 하천에 움직이는 많은 생물체들. 워낙에 오염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맑은 물 속에 거북이들이 유유히 수영하고 있고 담장에 앉아있는 화려한 열대 새들은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놀라거나 내 존재를 경계하지 않았다.


"바다부터 가볼까?"

하는 내 질문을 격하게 환영하는 안드레아스.

항구에서 차로 5분이면 도착한다는 후루자마미 해변을 도로 이동하기로 결정. 조금만 덜 더웠더라면 즐거운 발걸음이 되었겠지만, 선블록도 없이 마냥 내리 꽂는 자외선을 고작 민소매로 견뎌 보려니 죽을맛이었다. 백짓장처럼 허여멀건한 안드레아스는 30분 정도 지나자 고통을 호소 할 정도였다. 뭐라도 가릴 것이 없을까 하며 두리번 거리던 녀석이 길 옆에 자란 잎사귀를 양산 대용으로 잡아들었다. 토토로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코끼리 귀' (Elephant Ear)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의 잎사귀 인데 실제로 건장한 남성이 우산이나 양산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늘 아래서 여유를 찾은 안드레아스 녀석과 걸음을 계속 해 소나무 숲 앞에 도달했다.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된건지 모르겠지만, 일본이나 한국에 있는 해변가엔 항상 소나무가 있다. 지형적으로 소나무가 형성되기에 좋은 조건인걸까?




소나무 숲 사이로 놓인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저만치에 코오랄 블루 바다가 모습을 들어냈다.



물이 얼마나 맑고 투명한지, 거짓말 보태 건너편 해변의 물속까지 들여다 보일 정도였다. 차후에 다이빙 샾에서 들은 얘긴데 물속 시야가 30에서 40미터까지 된단다.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오두방정을 떨며 곧장 입수.

"잉...?"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따뜻함과 뜨거움 중간정도의 온도인 바다물. 마치 목욕탕에서 냉수인줄 착각하고 뜨거운 온천물에 입수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코코넛 나무가 있는지 파도에 따라 힘없이 밀려다니는 코코넛을 하나 주워 선글라스와 모자를 씌워줬다.

"안녕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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