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다시 마주한 하노이|9박10일간 베트남 배낭여행|베트남|사파


5시간의 버스이동


짧지만 인상 깊었던 <사파> 자유여행,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기울고 굽은 골목길을 뒤로한채 하노이행 버스에 몸을 싣었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승객들은 꿈나라로 곧장 떠났지만 윗니와 난 어두운 버스안을 귀속말로 가득 채웠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영양가 없는 대화를 이어가던 중, 갑자기 정차한 버스. 기절한듯 미동도 없이 잠자던 승객들이 벌떡일어나더니 좀비처럼 주춤거리는 걸음걸이로 버스를 내린다. 갈때와는 다르게 돌아가는 길에는 단 한번의 정차만 한다며 꼭 화장실을 다녀올 것을 신신방부하던 안내원의 말이 치명적이었나보다. 화장실에서 폭포수를 쏟아낸 승객들은 잠이 달았는지, 휴게소의 좌판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다시금 버스에 올라 기절을 시전하였고, 윗니와 난 다시한번 잠자는 승객들의 눈치를 보며 서로의 귀에 달달한 속삭임을 가득채워 넣었다.

휴게소를 뒤로하고 다시금 하노이를 향해 달리는 버스. 잘 닦여진 아스팔트 길위를 달리고 있지만 짐짝처럼 널브러져 자고있는 승객들의 몸이 들썩인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칼퇴를 하고 싶나보다. 집에 꿀단지를 둔 아저씨의 마음은 알겠지만 승객으로서 조금 불편할 정도의 과속을 감행한다. 뭐라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지평선까지 내려앉은 어둠을 보고있자하니 하노이에 도착해 새로운 숙소를 찾아 헤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속으로 기사 아저씨를 응원해본다.

버스로 베트남 아우토반을 달린 기사 아저씨는 기어코 예상 소요시간을 한시간이나 단축시켰고, 덕분에 윗니와 난 저녁식사를 하러 분보남보를 찾아나설 수 있었다.  



부먹계의 1인자! 분보남보


외국인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분보남보>는 하노이의 수많은 스타일의 분짜 "부먹" 스타일을 자랑하는 곳이다. 맛집답게 메뉴판이 단촐하다.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에게 분보남보와 하노이 맥주를 가리키며 손가락 두개를 들어보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전 맥주병을 부딪혀 본다. 베트남에서 처음 마셔보는 로컬맥주의 맛은 밋밋했지만 장시간 이동하느라 누적되었던 피곤을 잊기엔 적합했다.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들과 통성명을 하고 여행 경험담을 늘여놓을 찰나 음식점 이름과 같은 분보남보가 서빙되었다.




비주얼 적으론 밋밋해 보였지만 조금만 먹겠다던 윗니가 접시의 바닥이 들어날때까지 젓가락을 내려놓지 않을 정도로 맛이 남달랐다. 찍먹계의 분짜와 다르게 분보남보의 소스는 시큼한 맛이 덜했고, 산처럼 쌓아올린 숙주나물과 튀긴 마늘의 콜라보는 부먹의 단점인 눅눅함을 아삭한 식감으로 바로잡아주었다.




다시 마주한 <하노이>


음식점을 나선다. 길거리는 여전히 오토바이와 사람들로 북적인다. 첫날에 매연 때문에 고생했던걸 생각하니 서둘러 숙소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윗니와 잡은 손이 기온이 내려간 밤 공기를 만나 따뜻하게 느껴진다. 손을 꼭 잡고 산책에 걸맞은 여유있는 걸음으로 하노이 도심을 가러질러 본다. 2틀전 하노이에 처음 왔을때만 해도 모든게 낯설었건만, 가로수가 몇 없어 칠흑같은 어둠으로 채워진 비좁고 복잡한 골목길과 보행자 신호가 없어 매번 모세의 기적을 일으켜야 하는 차도마저 이젠 익숙한 하노이의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빨리 벗어나고 싶던 마음은 어디갔는지 마음은 이미 운치란 단어로 이곳을 형용하고 있었다 . 역동적인 도시의 정글 하노이, 벌써 정이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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