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Madrid||Ep.5 만자나레스 엘 레알에 나타난 왕자

Camino de Madrid

Episode Five


0 7. 0 7. 2 0 1 6






카미노 de   

     마드리드








우리 어머니가 습관적으로 하시는 말이 있다,

"돈이 좋다."

'라 페드리자' 민박집의 풀장에 비치되어있는 선탠베드에 누워 돈이 주는 행복을 만끽한다.


30 분 전만 해도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숙소를 찾아 헤메었는데...


마지막이라며 찾아간 숙소는 마을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위치에 없었다. 결국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서 숙소의 행방을 물어보았다. 다들 묵묵부답. 결국 세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네번째 집에서 노부부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타나 날 마주했다.

"무슨 일이니?" 라는 물음에 숙소를 찾고있다며 "페드리자"를 찾고 있다고 했더니 돌산을 가르킨다. (나중에 알고보니 만자나레스를 둘러싸고 있는 병풍같은 돌산 이름이 "페드리자" 란다.)


숙소에 관련된 단어는 죄다 말해보았다,


"오텔? 오스탈? 알베르게?"


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건지 아니면 그냥 거지꼴로 나타난 동양놈에대한 경계심이 반사적인 "노"를 외치게 한건지 그들은 어서 꺼지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들의 살벌한 눈빛은 마당을 벗어나고 길 모퉁이로 돌아설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래...뭐... 카미노길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 촌동네에 나타난 순례자를 반갑게 맞이해줄리가 만무하다.


'우루메아' 길과, '투리아' 길에 위치해 있다는 '라 페드리자' 민박집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타나질 않았다. 결국 뒷마당에서 바비큐를 하고있던 가정집에 다가가서 민박집의 행방을 물어보니 초록색 눈을 가진 중년의 아재는 자기 집 바로 뒤라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라시아스" 열댓번으로 감사를 표해본다.


성당에나 있을법한 거대한 나무문이 열려있는 라 페드리자 민박집. 예의상 노크를 하고 집안으로 들어서니 체크인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고있던 누나가 미소로 반갑게 맞이해 준다.

"올라"

"올라"

다짜고짜 방이 있냐고 물어보니 다행이도 비는 방이 하나 있단다. 하지만 제일 비싼 방이라는 누나말에 조심스레 가격을 물어본다. 오십이란다. 오십이라는 단어를 스페인어로 사용해본적이 많지않아 잘못 알아들었겠지 싶어 영어로 가격을 되물어보았다.

"피프티!!!????!! 파이즈 제로??!?!??"

오십유로. 8만원이 넘는 가격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긴박한 상황에 짱구 회전률이 엄청빠른 난 30유로에 흥정을 해보기로 한다. 자기는 그럴 권한이 없다며 미안하는 누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장님한테 전화를 해서 내 긴박한 상황을 알리고 부탁을 좀 해주면 안되겠냐고 물어보니 그러면 잠시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란다. 몸은 소파에 있지만 귀와 마음은 누나의 전화기로 향해 있었다.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연결음은 끊임없이 울렸고 결국 사장님이 외출중이라 부재중이라는 말과 함께 다시한번 미안하다는 누나.


'10분만 고민해보자'

50유로에 대한 가치를 고민해 보기로 한다.

다음 마을 까지는 7km 그곳에도 숙소가 있다는 보장은 없다. 콜메나르에서 점심먹은 한시간을 제외해도 오늘 아침 트레스 칸토스에서 출발한지 12시간이 넘도록 걸었다. 체력은 이미 바닥. 50유로가 제공하는 푹신하고 뽀송뽀송한 침대도 좋지만 뜨거운 물로 몸을 씻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숙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텐트도 없으면서 어디가서 비박을 한다는건가... 도전심을 뛰어넘어 가끔 무모하기까지 한 내 자신이 말이다. 텐트도 없으면서 어디가서 비박을 한다는건가...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나중에라도 혹시 사장님에게 연락이되면 가격 흥정하는걸 도와줄테니 일단 체크인을 하라는 누나. 결국 지갑에 꼭꼭 묵혀 두었던 50유로 지폐를 꺼냈다.



그래, 돈이 좋다.

미니 사이즈 샹들리에, 프렌치 발코니, 침대에는 새하얀 드레이프까지 드리워져있었다. 블루톤의 벽지는 시퍼런 스페인의 하늘색과도 닮았다. 눈물을 머금고 지불한 금액이지만 포르투갈 여행과, 팜플로나의 산 페르민 축제를 포기하고 오른 순례길인 만큼, 오늘 단 하루만은 사치를 좀 부려보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창문을 열어보니 시원한 바람이 심심치 않게 불어온다. 뒷마당에 있는 수영장이 날 조용히 불러대서 간단하게 군대식 샤워를 마치고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염소향이 조금 강하지만, 춥지 않을정도로 시원한 풀장물이 너무나 상쾌하다. 순례길을 걸으며 배낭의 무게에 짖눌리고, 경사면을 오르며 중력과의 사투를 벌이기 바뻤는데... 부력에 의해 물에 둥둥 떠서 하늘을 바라보니 마치 공중부양을 하는듯 날아갈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투숙객은 많지만 다들 외출중인지 한적한 숙소가 마음에 든다. 하루종일 혼자였던 하루, 숙소가 시끌벅적했더라면 오히려 (이질감이 있어) 싫었을것 같은 생각이 든다. 


뜬 마음에 물장구를 치고 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방으로 돌아왔다. 뜨거운물로 몸 구석구석을 닦아낸 후 저녁식사를 고민해 본다. 주방사용이 자율적이라 스테이크라도 구워먹을까? 하다가 문득 든 생각,


'50유로 방에 지내면서 저녁 식사에 20유로 정도는 쓸 수 있잖아??'


허세의 기운을 받아 구글형에게 맛집을 물어보니 넘나 부담스러운 고급 레스토랑을 추천해 준다. 꼬리를 내리고 "저렴한" 이란 수식어로 맛집을 검색해 본다. 성당앞에 자리잡은 로컬 펍겸 음식점이 가성비가 좋단다. 바로 "출발"을 외치고 비올것을 대비하여 쉘을 껴입고 숙소를 나섰다.


마을 중심부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어슬렁 거리며 걷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내 날을 세운 굵은 빗방울이 정수리를 강타해댔다. 보폭을 넓히며 서둘러보지만 천둥과 번개까지 치며 장대비를 쏟았다. '이거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드는순간 뒤에서 차 경적이 울려댄다. 걷다가 뭐라도 흘려 알려주는건가 싶어 주머니에있는 지갑도 확인하고 주위도 둘러보았지만 지면을 강타하는 빗물만이 길을 가득메우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운전자와 눈을 마주쳐 보지만 빗줄기가 너무 세서 차안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무시하고 다시금 걷는데 이번에는 차가 길가에 서더니 조수석 문이 열린다.


"야 타"

"넵"


체크인을 도와주셨던 누님이다. 마을에 가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데려다주시겠단다. 눈매가 장군감인 누나는 루마니아 사람. 3년전이곳에 여행왔다가 너무 좋아서 아예 정착해 버렸단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 루마니아 누나같이 충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곤한다. 그들은 포기할게 많이 없어서 떠나는 것도 쉬웠던것일까? 가진게 많이 없는 삶, 빈곤한 삶이었던 걸까? 아니면, 반대로 가진게 너무 많기에 포기도 빠르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안전망이 있기에 무모한 도전에 쉽게 뛰어드는걸까?  





이것도 인연이라며 사진을 한장 부탁한다. 그러나 쉽게 웃지 않는 누나. 




가만보니 독수리 오형제의 콘도르를 닮았다. 머리 스타일도 하이바를 쓴듯...





웃는모습을 사진에 담고싶어 뜸금없지만, "드라큘라!" 라고 외치니 그제서야 웃어주시는 누나. (드라큘라는 루마니아에서 유래된 소설이다).



성당의 후문을 마주보고 있는 '카사 고요.'가게안에 들어서니 가게 이름만큼 내부가 고요하다. 스페인 답게, 가정집을 개조해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듯 정겹고 소박한 인테리어로 꾸며져있다. 아무데나 앉으라는 주인장 아저씨의 손짓에 건물 구석에 자리잡고 앉았다. "아미고!" 라는 부름과 함께 검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아저씨에게 (맥주 한잔 할래라는 뜻),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고 밥 먹는 시늉을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콧노래를 부르며 메뉴판을 가져오신 아저씨는 "날씨 참 좋지?" 라는 말과 함께 문틀에 기대어섰다.



"En Ingles nosotros decimos esta lluviendo gatos y perros"

[(이런 날씨를 보고) 영어로 고양이와 강아지가 마구 내린다고 하죠]

"En espanol, sapos y culebras"

[스페인에선 두꺼비와 뱀이라고 해]


메뉴판을 펼쳐보지 않고 "menu del dia," 오늘의 특선요리, 를 주문했더니 마침 자신이 오늘 아침에 낚시로 잡아놓은 무지개 송어가 있다며 잠시만 기다리란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아까 마을로 들어설때 건넜던 다리위에도 낚시꾼들이 많았다.) 주인장의 딸래미인지 귀여운 꼬마 아이가 가게를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아버지의 관심을 받고 싶은건지 천둥이 치면 아빠한테 달려가 천둥 소리를 흉내내고 아버지의 반응을 살핀다. 그 모습이 귀여워 눈이 마주쳤을때 인사를 건네 보았다.


"Hola. Como te llamas?"

[안녕. 네 이름은 뭐니?]

대답이 없는 꼬마 아이는 동양놈이 스페인어를 하는게 신기한지 멀뚱 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난 순례객이고 이름은 다미안이라고 소개하니 순례자가 뭐냐며 되물어 온다.

"음...순례자는 말이지..."

나에게 순례자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을해 보았던가. 꼬마가 호기심에 던진 질문에 진지해진 난 말문이 막혀버렸다.


"Los peregrinos son personas que buscan a Dios"

[순례자는 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이야]

쭈볏거리는 나를 대신해 주인장아저씨가 답하였다.


'신을 찾아가는 사람이라...'


"No. Pero estoy buscando a una persona"

[아니에요 난 사람을 찾고 있어요]


내 말에 껄껄 웃으시던 아저씨는 사랑을 찾고 있냐며 자기가 아는 공주가 있는데 아주 이쁘단다. 그리고선 자신의 딸을 가르키며 "우리 공주님!" 이란다.

'아니 아재 그래도 처음보는 동양놈한테 딸을 팔다니요...'


"찾았다!" 며 웃는 내가 싫지는 않은지 무료 와인 한잔을 건네는 아저씨.



주방에서 분주하던 주인 아줌마는 우리의 말장난을 옅듣고 계셨는지 "너가 왕자니?" 라는 말과함께 음식을 서빙해 주셨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플레이팅까지 신경쓰신듯한 송어구이의 등장에 다시한번 말문이 막혔다. 스페인요리 아니랄까봐 두둑히 뿌려져있는 소금 덩어리는 칼로 쓸어내고 송어를 큼직하게 썰어 바닥에 깔려있는 소스와 함께 입에 담았다.



"뭐지...?"

예상했던 비리고, 느끼한 맛은 하나없고 엄청나게 담백하고 깔끔했다.


처음에 혀를 톡 쏘며 자극하는 맛이 뭔지 궁금해서 소스만 따로 맛 보았다.



"식초구나!"


발사믹이 흔한 스페인에서 백식초를 사용하다니... 식초만 있었더라면 거부감이 있었을테지만, 올리브 오일과 어울러진 백식초의 감칠맛은 엄청났다. 캐나다에 돌아가면 부모님께 꼭 해드리고 싶은 맛이다. 마지막 한입까지 담백한 맛을 유지한 엄청난 요리였다. 혼자 음식을 음미하고 평가하며 식사를 이어갔다. 사실 마드리드 길에서 제일 외로운 순간이 혼자 밥먹는 시간이었는데, 음식에 집중을 하다보니 그런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식사를 마쳤는데도 그치지 않는 비.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맥주 한잔을 시켜 마신다. 긴장이 풀려 마음에 여유가 생긴건지,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식곤증이 몰려온건지, 갑자기 피곤이 눈꺼풀에 눌러 앉았다. 맥주의 청량함이 잠을 쫒지 못해 고개가 박자감없이 숙이고 들고를 반복한다. 맥주 한잔에 주인장 아저씨와 오가는 대화가 많았지만 무슨 대화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비가 조금 멈춘 틈을 타 빠른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조금 뜨겁다 싶은 물에 샴푸를 풀어 욕조에 거품을 낸다. 하지(夏至)의 창으로 넘어온 햇빛처럼 따뜻한 온기가 몸을 달군다. 나른하다. 졸음이 욕조를 가득채운다. 윗니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머리속에 되새김질하며 꿈속으로 빠져본다. 가슴속에 묻여있는 그녀는 욕조에 함께 빠져버렸는지 수면위로 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그녀는 끝내 꿈속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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