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Ep.17 친구따라 파타야가다.

홍익인간에 있다보니, 잉여가 되어버렸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같은 사람들과 같은 인사를 나누고,


같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배고플때 밥을 먹고,


졸릴때 잠을자다가 아무것도 하기싫을때는 


의자에 파뭍여 말도안되는 말들을 일기장에 끄적여댔다.


버스킹을 하려고 3만원에 구입한 기타는 그저 심심풀이용 장난감이 되어버렸고


어딜가서 무얼하겠다는 생각은 하루에도 두세번씩 내리다 말았다하는 방콕의 비처럼 내 마음속 한켠에서 깜박이며 점 점 희미해져갔다.


그러다 형진이란 친구가 나타났다. 


여행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부산하게 움직여대던 형진이는 파타야를 가야한다며 근처에 있는 여행사를 추천해달라 했고


홍익인간 바로옆에있는 여행사에 같이가서 예약을 도와주려다


내 티켓까지 같이 두장을 끊었다. 


"같이가자?" 라는 뜬금없는 내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준 형진이.


문제는 준비시간이었다.


마음준비는 커녕, 짐을 챙길 시간도 없었다.


한시간뒤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해버려서 홍익인간에서 대충대충 짐을 싸고 매니저 누나에게 3일뒤에 오겠다는 말을 남긴채


기타를 챙겨서 버스에 올랐다.


듣도보도 못한 파타야를 향해 달리는 버스안에서 부리나케 숙소와 관광명소를 검색해보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내가 성서라고 여기는 가이드북은 파타야를 유흥의 메카로 소개하고있었다.


당당하게 태국 최고의 홍등가라고 자랑하는 워킹스트리트와 (Walking Street) 전세계 어딜가도 할수있는 자잘한 레포츠따위가 별 다섯개나 받은곳 말이다. 


게다가 남자들끼리 가면 이상하게 본다는 파타야를 난 친구따라 와버린것이다...


형진이가 파타야를 태국의 마지막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코랄블루 바닷가를 보고싶다는 취지였다.


"그래 우린 바다만 보고 파타야를 뜨자!" 라 외치며 우리의 확고함을 고했다.



우리의 취지에 맞게 제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잡고 무조건 바닷가로 향했다.


물놀이하다 빠져뒤져도 한이 없을것같이 이쁘던 바닷가를 이미 꼬따오에서 보고온 나에겐 별로 감흥이없었지만 


형진이는 신나보였다.


가이드북에 붙어있던 수식어와는 달리 파타야는 "최고의 휴양지"와는 멀어보이는 모습이었다.


뭐랄까, 마치 부산의 해운대처럼 삐까번쩍한 리조트가 빽빽하게 들어서서, 한때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파타야의 모습은 로컬들의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그런곳이랄까.




 그래도 사람들이 돈쓰러 오는곳이라니까 


기타를 집어들고 해변가에서 버스킹을 시도해 보았다. 


처음엔 호응이 좋았지만 지갑에 현금이 두둑해보이는 여행객들은 보이지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남자들의 옷깃을 잡으며 몸을 팔려는 창녀들과, 숙소에서 할게없어서 바닷가에서 담배를 피우러 나온 아재들 뿐이었다. 


"형진아 접자."


당차게 펼쳐놓았던 기타케이스를 주섬주섬 챙겨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내일은 꼬란(Koh Lan)이란 섬으로 향한다.


잠들기전에 꼬란만은 자본주의체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있기를 빌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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