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Ep.22 도보로 치앙마이 정복

빽빽히 들어서서 미로를 형성한 건물들 사이로


사람과 차, 쓰레기와 주인없는 개들만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을뿐 


인도의 자이살메르처럼 성벽내에 역사와 모던함이 어우러져 있길 바랬는데...


가이드북에 적혀있는 "역사가 숨쉬는"이란 형용어는 누구의 술주정부리였는지 만나면 귓방망이를 한대만 때려주고 싶었다.


얼마 달리지 않아 성태우는 혼잡한 사거리에 멈춰섰고


기사 아주머니는 "타페게이트" 라고 외치며 내리란다.


썽태우에 마구 구겨넣어진 외국인들도 같이 내릴 줄 알았는데 다들 지도에 얼굴을 파묻고 위치파악을 하고있었다. 


눈을 마주치니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면서 자기는 아직이란다.


폴짝 뛰어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맥도날드도 보이고, 스타벅스도 보이고....


성벽같은게 보인다, 타페게이트 인가보다.


현석이도 같이내려서 숙소를 찾아본다고 했지만 어느샌가 나를 앞장세워 따라오고있다.


"같은데 갈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성벽을 기준으로 숙소를 찾아 헤맸다.


방콕 못지않은 더위에 오랜만에 가방을 짊어메서 그런지 어깨까지 아파온다.


팬티를 땀으로 시원하게 적셔졌을때즈음 태극기가 돋보이는 "코리아 하우스"라 적혀있는 간판이 걸려있는 건물앞에 도착했다. 


썽태우에서 내려서 거침없는 보폭으로 별로 헤매지 않고 찾아서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현석이는 별 감흥이 없다.



무작정 들어가서 사장님을 찾았다.


주방앞에 젖은 수건마냥 축 널브러져있던 직원이 아무말도 없이 벌떡일어나서 사장님을 불러온다.


1층은 한식당과 작은 여행사로 구성되어있었는데 가게가 정갈하고 인테리어에도 신경쓰신듯하다 심지허 평상까지 구비되어있었다.


사장님을 따라서 작은 사무실로 들어가니 얼음물까지 내어다 주신다. 


방가격을 물어보고 일정까지 물어보시길래 빠이로 간다고 말씀드렸다. 


일단은 방부터 보라며 2층으로 안내해 주시는데 1층은 분명히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었는데 2층부턴 목재건물이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무바닥은 이곳저곳 흉하게 비틀어져있었고 한발작씩 내딛을때마다 호러영화에 나올법한 삐걱임에 흠칫놀랐다.


도미토리라며 보여주신 방안에는 어떤 아재가 침대에 웃통을 벗고 발랑 드러누워 가이드북을 정독하고 계셨다.


살짝 인사를 드리니 고개만 까닥이시며 다시 가이드북에 얼굴을 파묻으셨다.


2층침대 10개정도가 들어선 방에는 선풍기가 위태롭게 탈탈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100밧임이 확실하다.


현석이와 나는 말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서로의 눈치로만 침묵의 타협을 하고선 에어컨방을 선택했다. 


에어컨방은 정갈한 개인의 침대와 새하얀 에어컨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300밧이 확실하다. 


'100밧 아끼려고 자다가 열사병으로 뒈질 필요는 없다.'


같은 방을 쓰게된이상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우리는 동행이 되어버렸다. 


잠시나눈 대화로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현석이도 나만큼 주관이 뚜렷한 여행자이기에 마찰이 심할것을 고려해 본다.


여행중 굳이 혼자가 되겠다고 자청하는건 어쩌면 바보같은 짓이겠지만,


'프리덤~~~' 을 외치며 좋아라 했던 나에게 급작스러운 일행이 생겼다는건 뭐.....


'운명이겠지...젠장'


덕분에 50밧 더내구 저녁에 삭타구니에 땀찰일은 없게된거니까 감사해야지.


짐을 풀고 바로 밥먹으러 타패게이트로 향한다. 


썽태우에서 내려서 보았던 타패게이트앞에는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은 중국처자들이 셀카봉을 이러저리 붕붕 휘두르면서


따라갈수없는 자신감으로 다른 여행객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어딜가나 눈에띄는 중국자매님들.


'뭐 한국 단체관광도 피차일반이지만..'


타페게이트를 지나 성벽내부로 들어섰다. 


벽외부와는 다르게 소박한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여행자 밀집지역이라 그런가? 무슨놈의 카페와 펍들만 즐비하다.


아침부터 한끼도 못먹어서 가이드북에 소개된 맛집을 찾기엔 의지가 부족했다.


현석이도 그냥 가까운데 아무데나 들어가자며 재촉이길래 외국인들로 북적거리는 작은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영어로된 메뉴를 내다준다.


주위를 둘러보니 외국애들은 전부다 토스트나 오믈렛을 포크와 칼로 처묵하고있다. 


그래나도 어딜가나 김치찌개를 그리워하는 김치맨이지만, 굳이 여행에 와서 토스트나 주워먹고있는 녀석들을 보고있자하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가이드북에 북쪽음식이 짱짱 맛있다고 소개되어있어서 기대감을 안고 카레를 시켜본다.


아니..언어의 장벽은 이해하지만 치킨카레에 뭐가 들어있냐고 직원에게 물어보자 "치킨!"이라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그냥 카레가 들어있다고 하지!' 


하...그냥 시켜보기로 한다.


주문한 음식이 금방나와서 한술 떠보니 이게 왠걸, 맛있다.


파 향과 코코넛맛이 깊게베인 묽은 카레. 독특한건 토마토와 느타리 버섯이 첨과되서 독특한 조화를 이루었다. 


배낭여행하면서 될수있으면 외국애들이 찾는 음식점은 (백이면 백 시리얼이나 토스트를 제외하곤 맛이없다) 피하는게 암묵의 룰이 되었지만 음식이 상당히 맛있었다. 


방콕에서 4일동안 배앓이를 하고 어제 하루종일 굶었던 현석이는 


말없이 밥 두그릇을 헤치우고선 포만감이 가득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현석이와 나란히 걸으면서 느긋하게 도시투어를 하러 성곽을 등지고 중심부로 향한다. 


고만고만한 건물들 사이사이에 이름모를 유적지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있다.


이곳도 정부의 관리가 엄청나게 소홀한듯 몇백년도 거뜬히 되어보이는 돌덩어리들이 길가에 방치되어있다.


저만치 앞에 무리지어 걸어가는 학생들이 축구공을 차듯 그 돌덩어리들을 뻥뻥차며 아쉬움을 더한다.


가이드북을 읽어보니 치앙마이에 백인여행객들이 몰리면서 관광업에 무리하게 종사한지라 유적지는 그저 한낱 인증샷용으로 타락했단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집라인이나 학대받는 코끼리아저씨 등타는 관광패키지가 광각 받고있는듯했다. 





그나마 관리가 조금 되어있는 사원들위주로 둘러본다.


역사엔 취약한 나도 그저 한낱 여행객일뿐....


사진몇장을 담고 단체관광을 피해서 유적지를 둘러본다.



왓 체디 루앙(Wat Chedi Luang)의 스투파(stupa) 한켠에 마련되어있는 천으로 된 희망지가 있어서 현석이와 몇자 남겨본다.



"Live by your own bible!!!!"


이제는 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문구.


내 성서대로 살렵니다!



왓 체디 루앙은 1441년도에 지어졌다는데 저 건물 중심부에 옥으로 만들어진 겁나 큰 부처상이 있었단다.


지금은 방콕투어하다보면 왕궁 어딘가에서 볼 수 있다.


이곳도 미얀마와 분쟁지역이었던지라 전쟁중 도시전체가 피해를 많이 입었단다.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후 이곳도 일본에서 복원작업 놀이중.



도보로 치앙마이 도시투어를 하면서 우리 둘 밖에 없다고 느낀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덕분에 단체관광을 피해야하는 상황도 드물었고 현석이와 조용히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여행자의 신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는 저 무리들과는 다르다며 부정을 하고 


매번 단체관광을 마주칠때면 눈쌀을 찌뿌리며 그들을 비판하려드는 나의 비관적인 시선도 어쩌면 나의 페티시 일 수도...


배낭여행객도 하나 둘 모이면, 그만큼 큰 소음과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걸 직시해야한다. 


내 스스로에 대해서 객관적인 판단력을 상실해서 교만해지는게 아닐까..


어쩌면 이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변명 할 수 있겠지... 


인간은 본래 주관적인 존재니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거라고 말이다.


여행을 하면서 이러한 나만의 이중잣대로 세상을 쟤려든다


그리곤 나르시시즘에 빠져 내가 하는 여행은 더 멋있고, 더 독특하고, 더 여행다운 여행이란 환상에 빠져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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