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Ep.30 빠이(Pai)에서 친구를 얻다.

곤히 자고있는 수철이형과 현석이를 두고 조심스레 방을 나왔다.


내가 알던 치앙마이의 불쾌한 찜통속 더위와는 달리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고있었다.





방앞에 있는 나무평상에 누워 잠시 눈을 감고 어젯밤을 회상해본다.




"진짜왔네? 니 또 도망갈거제?" 라고 웃으며 맞아주는 수철이형.


형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너무 반가웠다.



짐만 방에 떨구고 형이랑 같이 동행하고있다는 두 여성과 통성명을 나눴다.


둘 다 눈이 선한게 수철이형과 잘 어울리는 느낌의 여행객들이었다.


갑자기 나타나, 서로간의 동의없이 형성된 만남이 조금 어색했는지 경계를 하는듯 했다.


처음에는 말이 없다가 맥주한잔을 하며 통성명을 해보니 둘 다 활력이 넘치는 여행객들이었다.


내가 그렇게 새벽에 형을 버리고 간 후 어떤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자 다른 동행을 만나 그분에게 내 티켓을 드리고 같이 치앙마이로 이동을 했단다.


그 분은 어디있냐고 물어보니 빠이에 다른 한인 그룹에 속해 있다고 하는 수철이형.


나 또한 현석이에 대해 말 해주니 다같이 잘 지내보자는 쪽으로 입이 모아졌다.


설렌다.


마음맞는 다섯명이 함께 하는 여행.


"커피?"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형이 커피를 권한다.


단번에 들이키고 사진기만 챙겨서 어제 저녁에 떨궈졌던 중심가로 걸음 걸이를 옮겨본다.





히피들의 도시라는 말과 어울리게, 번잡하지 않은, 조금은 낙후되어 보일수도 있는 아담한 사이즈의 도시이다.


높은 건물은 없을 뿐더러 번지르르한 호텔이나 커피숍도 없다.






약(?)의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거리 곳곳에 미소가 끊이지 않는 빠이.





제각각 자기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표현하는 그런 감각적인 도시인듯하다.


셀카봉을 장님처럼 휘두르는 여행객도, 무지개빛의 등산복을 입은 아주머니들도 그리고 뉴욕이라도 여행온마냥 캐리어를 질질끌고 다니는 허세객들도 없었다.


해빛이 내리쐬기 시작해 숙소로 대피해본다.





"크큭 형님 아직도 주무세요?"


현석이가 안 보여서 어디갔냐고 물어보자 산책하러 나갔단다.


'어디서 엇갈린거지? 빠이는 작아서 길이 하나인데..'





다시 중심가로 향하자 현석이가 두 여인과 저벅저벅 걸어온다.


같이 합류해서 걸음걸이를 맞춰본다.





물소리가 들려 소리를 따라갔더니 이름모를 강을 발견했다.


이곳역시나 '히피' 도시 답게 아담하고, 그 위로 살포시 얹혀진 대나무 다리가 독특해서 다리를 건너보기로 한다.





다리에 서 있는 현석이와 두 여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는데 현석이가 다시한번 손을 흔들어준다.


이런 여행이 내가 추구했던 여행이었나 다시한번 여행에 대해 생각에 빠진다.


사람과 소통하는것은 좋다, 하지만 지금벌써 여행 중반에 도달한 시점에서 또다시 나태해질것이 두렵다.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동안도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할것을 다짐해 본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던 옛말과는 다르게 현대사회에서 적막한 자신만의 공간에서 갇혀,


조그마한 기기에 눈을 쳐박고 세상을 내다보려 발버둥치는 현대인들의 사이에서 외로울때가 너무 많았다.


짧은 시간에 친구가 될 수 있다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 인데...


소싯적 놀이터에선 눈만 마주쳐도 친구가 되어 10년지기 친구마냥 웃고 떠들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시대가 변한건가 내가 변한건가...


여행지에서 이렇게 남정네 셋 여자 둘, 다섯이서 독수리 오형제마냥 그룹을 형성 했다는거가 신기할 따름.




주애라는 친구는 격투기를 했다는 강하지만 여린 친구였고


한나누나는 털털한 성격과 통쾌한 웃음소리가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둘은 너무 친해서 처음엔 늦게 합류한 내가 친해질수있을까 걱정했지만


우리 그룹에게 에너지를 주는 '시너자이저' 역할을 했다.





여행에서의 만남이 너무 좋은 이유는,


서로가 사회에서 가졌던 가면을 벗고서 정말 사람 대 사람다운 대면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자신의 모든때와 결점을 숨기지않고 당당하게 들어내고 그것들을 자신의 매력으로 어필 할 수 있는 만남 말이다.






현석이도 워낙 털털한친구라 금세 모두와 친해졌고


논리적인 사고와 신중함으로 우리 그룹의 중심추가 되어줬다.







행복, 그 비슷한걸 느끼고 있었다.





얼마나 오랜시간동안 함께할지 모르기에 매 순간순간이 소중했고


그 순간들을 즐기는데 더 집중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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