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Ep.2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 카미노


5/31 -7/13 프랑스-스페인 순례자의 길[Camino de Santiago] 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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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로 공항을떠나 기내안에서 잡다한 생각에 빠져 창밖 구름만 실컷 구경했다.


"벌써?" 란 생각이 들 정도로 6시간이 빨리 지나간듯하다.


프랑스 북서부에 위치한 비아릿츠(Biarritz) 공항에 랜딩, 날씨가 우중충한게 불길하다...



비아릿츠, 듣도보도 못한 프랑스 도시에 떨궈졌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어떻게 가는지, 비아릿츠에서 순례자길의 시작점인 생장 (Sain't Jean Pied de Port) 까지 어떻게 가는지조차 모른다.


무작정 사람들을 따라 출국장에 줄을섰다.


심사원은 눈도 안마주치고 내 여권에 입국도장을 찍어줬다. (인사도 받아주지 않는다)


질문을 할것같아 도장찍힌 여권을 받아들고 서있었더니 꺼지라는 눈빛으로 째려본다.


"Merci", 고맙다는 말을 나도 최대한 쿨한척 투척하고선 배낭을 찾아~


컨베이어 벨트위에서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있는 배낭을 들어올려 등에 업혔다.


8년동안 나와 함께한 녀석. 내 두 어깨를 한껏 끓어안은 녀석의 무게가 너무나 익숙하다.


'문과생의 감성에 젖어있을때가 아닌데..'


인포메이션 부스에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직원이 귀찮아 한다...


'프...프랑스인들의 더럽다는 인격인가...'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 워낙 자주 프랑스인들을 비하하는 말들을 많이 들었던지라 그들에게 가진 내 선입견이 태클을 걸어온다.


'아...아닐거야...'


질문 하나만 더 하면 줘 패버릴기세라 비아릿츠 부근의 정보만 얻고 생장가는 방법은 내일 고민하기로 한다. (내일 일은 내일 고민하기로...)


공항밖 버스정류장에 몸채만한 배낭을 메고 심각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이 보여 미친척하고 비장의 무기를 꺼내본다.


"부엔 까미노"


어두웠던 표정들이 밝아온다.


열명정도 되는 순례자들이 공항을 벗어날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얼굴에 [나 심각함]을 장착하고 같은고민에 빠져본다.


다행이 나처럼 무뇌, 무계획을 실천하는 폴란드 순례자 두명과 팀을 먹고 도심으로 가서 숙소를 같이 알아보기로 한다.


비아릿츠 기차역 앞에서 내려 유스호스텔이 있다느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10분정도 도보로 이동하며 서로 통성명을 나누며 같이종족임을 확인한다.


폴란드에서 온 커플. 나무 그늘은 지붕이며, 마른땅은 시몬스 침대라며 텐트도 짊어지고 왔다는 그들.


들어간 유스호스텔이 명당 26유로인걸 확인하고선 셋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비박을 결정했다.




오늘 밤에 있을 엄청난 재앙을 예측한지 못한채 우리의 카미노 시작은 롸잇나우라며 싱글벙글.


조금은 무모하지만 셋이라면 안전할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유스호스텔 근처에있던 호숫가 공원, 호수를 따라 반바퀴돌다 숲속으로 들어가 아무데나 자리를 잡았다.




3년전 카미노를 같이 걷고 사귀게 되었다는 미쉬와 모니카.


폴란드, 한국 둘 다 강인한 전쟁국가라며 도원결의를 맺고선 쓸데없는 의지를 불태웠다.





카미노중 비박할것을 예측해서 단디 준비해온 그들과는 달리, 난 방수도 되지않는 침낭을 가방에 굴러다니던 비닐봉지 몇장위에 깔고 누웠다.


등 전체가 베겨 이리저리 뒤척이는 나와달리 새근새근 잠에든 미쉬와 모니카.


24시간이 넘도록 이동을 해서 피곤하지만 잠자리가 불편해서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핸드폰을 꺼내 글을 끄적여 본다,


새벽 세시, 비아릿츠 작은공원의 어느 숲길.


감각과 감정이 풍년인 밤이다. 잠에 들려고 노력해 보지만 자꾸만 등에 베기는 나뭇가지와 돌, 저 만치서 들려오는 여우의 흐느낌, 바람에 휘날려 울어대는 나뭇잎, 그리고 날 괴롭혀 왔던 수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이 뒤섞여 내 오감이 그들에게 충실할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아프자'라는 나의 다짐이, 현실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기력했는지... 길 위에서 도대체 무슨 답을 찾으려 한걸까?




생각에 잠겨있는데 엎친데 덮친격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잠을 포기하고 몸을 일으켜 앉아, 하루종일 땀에 쩔어있던 내 얼굴을 적셔주는 빗방울을 반갑게 맞이해본다.


한참을 혼자서 똥폼잡으며 영화찍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잠들기 전에는 분명히 숲속의 으슥함이 두려웠다.


칠흑같이 어두운 숲의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니 모든 걸 다 삼켜버린 어두움이 친구처럼 반갑기까지 하다.


"빠지직! 쿵!"


"헉 뜨억!!"


내가 누워있던 자리에서 두보도 되지않는 거리에 집채만한 나무나 쓰러졌다.


벌떡 일어나서 앉아있는것 조차 포기한다.


뒈질뻔했다.


뒤돌아보니 미쉬와 모니카는 여전히 꿈나라다. 대다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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